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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Vol.02 - 문혜연

 

  그림자 시소

문혜연


 

선의와 예의를 사랑해 이 세상은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거라고 믿어

일부러 내어줘야 하는 것들은

손이 아닌 마음의 영역이고

 

흔들리는 포니테일을 따라 걷는데

돌아보던 네가 악의도 없이

내 한쪽 뺨을 때리지

따가운 머리카락 뒤로

 

미안미안 하는 손길

다정해서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난 소파가 기억하는

무게의 주름처럼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가벼운 소란

가벼운 기분

가볍다는 말을 붙이면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아서, 우리는 쉽게 가벼운 말을 사랑했지

 

우리 같이 가벼워지자

두 손을 잡으면 떠오르는 기분

 

공중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발끝보다 손끝에 힘을 주게 되고

 

나눠 잡은 손이 계속 떠올라서

장면과 장면을 무게 추처럼 연결했지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

속으로 가라앉는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되는 기분

미안미안 하는 손길

다정해서

잡은 손을 놓게 되고

 

다음을 약속해 우리는

다정한 만큼 가벼운 약속

떠오르다 사라지고

 

한쪽만 가라앉은 소파

다음부터는 저쪽에 앉아야지

그런 건 왜 앉은 다음에 생각날까

 

선의와 예의를 의심해

그런 것들이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문혜연 시인

2019《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