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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Vol.01 - 이영춘

 


 

밤의 아라크네*

    

이영춘

 

         

걸어온 날들이 베개 속에서 사막처럼 바스락거린다

엄마 얼굴은 왜 내가 세수할 때마다 떠올라 나를 아프게 할까

봉평 깡촌에서 대화할 사람도 없이 홀로 살다 가신 어머니,

그 엄마의 얼굴이 밤마다 거울을 막아 선다

창밖엔 지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굵어졌다를 반복한다

빗줄기속에서도 새는 우는가 보다 어디선가 목 쉰 새 울음소리

창틀을 넘어 온다 엄마의 분신인가? 그 울음소리 슬프게 건너온다

한 그림자가 또 한 그림자를 밀고 오듯

새 울음소리 아스라이 내 거울 속에서 귀를 연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미의 신

  

 

 
 





이영춘 시인

1976《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시포스의 돌  시간의 옆구리  봉평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오늘은 같은 길을 세번 건넜다  오줌발, 별꽃무늬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유심작품상특별상, 난설헌시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김삿갓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