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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Vol.02 - 이혜미

  

  죽은 앵무처럼 말하기


 이혜미

 

 



     버려진 날개를 이끌고 어디로 가려고요?

다시 총알을 채워 살아남은 과녁들을 맞추려고요?

 

, 소리에

새들이 연이어 툭 툭

 

떨어지는 꿈

 

입 속에서 찢어진 튤립들이 튀어나옵니다

 

유언이 유머가 되는

오래된 이야기

 

튤립의 군단을 지휘하는

새들의 일렬종대

 

목적 없이 얼룩진 꽃잎을 두르고

여름의 한복판으로 추락할 수도 있겠죠

 

기억 받지 못하는 꿈들의 처리장

폐기될 생각들의 하수구입니다

 

언제부터 죽음과 불행이

우리를 웃게 했을까요

 

포수가 총을 쏘고

새들이 피를 뿌리며 쏟아지면

감추고 있던 어둠을 깃발처럼 꺼내어

이미 생겨난 흉과 허물을 덮으려 합니다

화려하게 더럽혀진 몸으로

계속되는 총성을 헤치며

 

우울한 꿈속을 날고 있는 앵무에게

기억은 납치이자

구원이기에

 

 


이혜미 시인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보라의 바깥뜻밖의 바닐라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