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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密語)
장석남
팔월 한낮의 마당에 나와 서서
놋그릇 녹는 마당에 땀 훔치며 서서는
지나온 내 사랑이 이랬거니,
하이야니 말라 스러질 듯
마지막 울음을 쏟아내는 매미 울음을
우리 사랑은 닮아서
아무 보람도 바램도 없이
숨는 방법을
마침 지는 여름꽃의 밀어로
알 수는 있을런지
장석남 시인
1987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젖은 눈』『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뺨에 서쪽을 빛내다』등이 있음.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지훈상, 김달진문학상, 미당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