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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Vol.02 - 김명인


 

네가 살고 있다는 골짜기 어딘가를 

      

김명인

 

 

 

네가 살고 있다는 골짜기 어딘가를

설경 한 장에 담아 보냈으나

눈빛으로 더듬기에 이 풍경은

턱없이 아득한 네 마음의 표정이었다

그 마음 언제부터 내 절벽을 파고 들었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우듬지에서 바닥으로 드문드문

갈잎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수직의 허기로도 흩날린다

잎들이 팔랑거리는 것은 날개가 사무치는 탓

 

겨울로 다가서는 나목들의 산야여,

거친 살여울 봄가을로 건넜으나

네 골짜기가 어딘지 모르는 것처럼

아직도 나는 물소리의 지척에서 떠도는지

 

하루를 넘어서려고 해거름이

서둘러 골짜기를 파묻고 능선을 끌어 올린다

 

 

 

 

  

 

 김명인 시인

 1973년 《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동두천』 『길의 침묵』 『파문』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목월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