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가 슬프지 않다
김효연
바라본다
맨발 맨엉덩이, 양말목으로 늘어난 맨젖가슴이
뭔가 담긴 듯한 배에 닿아 있다
파묻은 얼굴, 가시덤불이 맨등을 타고 내려가는
백 년 전이나 이백 년 후에도 드레스는 다른 곳으로 배달되고
슬픔*은 벗겨진 채 여전히 숨 쉬고 있다
나는 슬픔 때문에 죽을 일 없는데
베르테르는 단숨에 갔다
그렇다고 돌지도 않겠지만
고흐는 서서히 미쳐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도끼들이 떼어간 둘째 동생의 콩팥 한 알은 여태 못 찾아오고
진통제를 겹겹 붙이고 삼켜도 서랍마다 신음이 고이고
사방 벽은 못 참겠다는 듯 헛소릴 쏟아낸다
이승 아닌 저승은 더욱 아닌 병실에서 멀쩡한 생각을
달력 속에 넣고 있는 엄마의
보금자리도 깃털로 날아 가버렸다
슬픔은 나누면 온전한 내 몫이 되지 않는다
넘치는 그것을 어떻게 소비할까
흔하고 하찮아서 톡 분지르거나 버려도 하수구가 막히지 않는
이쑤시개라면
식당 밖으로 물고 나와 쑤시고 파는 데 열중하다 미련 없이 던지면
짓밟힌들, 파묻힌들
지렁이도 거들떠보지 않는
*빈센트 반 고흐 작품
김효연 시인
2006년《시와반시》로 등단.
시집『구름의 진보적 성향』『무서운 이순 씨』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