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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이라는 의자에 앉은 바다
김은지
청소 습관의 다른 점을 얘기하며 그녀는
바닥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몸을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고
안무가인 그녀가 말했을 때
바닥
그 바닥이란
그녀가 만든 무대*에서 배우들은 자주
누워서 춤을 췄다
새처럼
물속 생명체처럼
공기
또는 물을 밀어내는 소리로
바닥을 치운다
바다보다 더 깊고 더 넓은
바닥이라는 단어의 의자에
투명 비닐 포장을 깨끗이 떼어냈을 때
바다는
기역이라는 의자에 앉았다
연습실로 가는 오르막
나는 바닥을 확인하고 싶었고
걸으면서
두 바퀴를 돌았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달이 보였다
* 움직임이 움직임을 움직이는 움직임, 유재미
김은지 시인
2016 실천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