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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진희
함께 지나친 녹음 짙은 오솔길
반짝거리는 수면 일렁이던 푸른 하늘
나란히 기대어 서서 내려다본 창밖 골목
그 어떤 계절의 열매보다 달콤한
여름날 너의 땀방울
단번에 꺼져 든 심연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애초처럼
존재하지 않게 되는 때
그때를 증언할 목소리나 빛바랜 메모
하물며 태양조차 흔적 없어지고
어둠이라는 물질조차
물질이 아니게 되는 순간 닥치더라도
언젠가의 너와 나는
틀림없는 너와 나
비좁은 은하의 틈바구니
몹시 삐걱거리는 일인용 침대에서
찰나가 영원인 듯 사랑을 나누곤 하던
이진희 시인
2006년 계간《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 『실비아 수수께끼』 『페이크』가 있음.
제13회 오장환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