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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 이호석 마을 어귀에 논밭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솔개라도 빙빙 도는 날이면 아랫마을 누가 죽었다고도 하고 그곳은 습관적으로 안개가 자욱했는데 언젠가 아련히 보이던 2018년 《문예바다》 로 등단.
둔덕진 모양새가 꼭 처녀 그것 같다고
어른들의 뜻 모를 말이 맴돌아 쌓인 곳
한낮에도 인적이 드물었고 아침이면
밤새 빳빳해진 어둠이 녹아 숨어드는 곳
어둑어둑해서 소나무가 그림자도 없이
바람 소리만 살아가는 곳이었다
마을 조무래기들이 삼삼오오 시시덕거리며
책가방을 불알처럼 달랑거리며 사라지곤 했는데
가끔 버려진 팬티가 널브러져 있고
짐짓 어른 흉내 내가며 담배 연기 후후 불어댔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키득거리며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곳이었다
과부댁이 자꾸 들락거린다는 말이
무덤보다 크게 부풀어 올라
그예 야반도주했다고
그런 소문들이 돌고 나면 솔밭은
바람이 종일 가시질 않았다고 했다
그런 날엔 솔밭에 들지 못했다
도깨비에게 홀려 사라졌다거나
월남에서 돌아온 삼촌처럼 미친다고 했지만
어른들이 꾸며낸 걸 알아챌 즈음 누군가의
아랫도리에도 솔밭이 무성하기 시작했다
물어봐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직도 그 사람이 소문으로만 살고 있는
이호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