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1년 12월호 Vol.06 - 이병국



가위

-종이비행기 

 

 이병국

 

 


 *

날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아가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뒤미처 닿지 못했다

*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소독차가 달린다

희부연한 얼굴로 흩어지는 색을 매단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한다

왼손 오른손 왼손 오른손
번갈아 내던 한 아이가 엎드리면

까맣게 지워진 달콤한 낮잠 위로
형편없는 환호가 포개지고

아이는 빗금에 젖어

아무것도 없는 웃음을 짓는다

*

나는 창 안쪽에서 소매를 동여매고
눈을 감는다

어수선한 바깥이

잘못이었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곤경과 우두커니의 다정처럼
풍경은 언제나 안전한 자리에만 머문다

*

날아가지 않는다

 

 

 

 


이병국 시인

2013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평론 등단.

시집 이곳의 안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