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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Vol.06 - 이창수




  

유두류록

 

이창수

 

 

 첩첩산중이라 학 타지 않고서는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겠다고 하자 여자가 웃었다. 끊겼다 나타나고 다시 끊기는 구불구불한 산길 따라 걸으며 최치원과 이현상을 생각했다. 최치원은 지리산 청학동으로 사라졌고 이현상은 1953년 가을 화개 빗점골에서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되었다. 경찰토벌대장 차일혁이 송림에서 화장해 섬진강에 뿌려주었다. 최치원은 지리산 연봉 속으로 사라졌고 이현상은 재가 되어 노량바다로 갔다. 산 너머 산이 보였다. 산 너머 산이 보였다. 잿빛 가사를 두른 산들이 어둠 속 물소리만 커졌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단풍 든 손 서로 흔들어주었다.

 

 

 

 


이창수 시인

2000시안으로 등단.

시집 물오리사냥 귓속에서 운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