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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Vol.05 - 김은지



  

기역이라는 의자에 앉은 바다

 

김은지

 


 

청소 습관의 다른 점을 얘기하며 그녀는

바닥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몸을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고

안무가인 그녀가 말했을 때

바닥

 

그 바닥이란

 

그녀가 만든 무대*에서 배우들은 자주

누워서 춤을 췄다

새처럼

물속 생명체처럼

공기

또는 물을 밀어내는 소리로

 

바닥을 치운다

바다보다 더 깊고 더 넓은

 

바닥이라는 단어의 의자에

투명 비닐 포장을 깨끗이 떼어냈을 때

바다는

기역이라는 의자에 앉았다

 

연습실로 가는 오르막

나는 바닥을 확인하고 싶었고

걸으면서

두 바퀴를 돌았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달이 보였다

 

* 움직임이 움직임을 움직이는 움직임, 유재미

 

 

 

 

김은지  시인

2016 실천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