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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Vol.04 - 차주일

  

의태어

 

차주일

 


 

이성의 앞모습을 뒤돌아서도록 부를 때

최초의 언어가 생겨났어.

기호로 적을 수 없는 알몸 소리였지만

느낌을 골몰하는 입모양이 태어났어.

고막과 망막을 오가는 미동은 온몸을 밝히는 전류였어.

쌓이는 체온을 잃지 않기 위해

상상은 불면 밖까지 퍼져나가야 했어.

밤이 더 길어지는 동지가 생겨났어.

어두운 내용을 가진 밝은 자세를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자신도 몰래 발걸음을 멈춘

짐승의 자세가 최초의 대답으로 해석되어

첫 사람이 태어났어.

체온을 해석하느라 여러 색깔이 생겨났어.

빨강이 먼 곳으로부터 온 자세란 것을

내가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빨강을 모으기 시작했어.

짐승의 자세를 빌려야만 건네줄 수 있는

체온이 있었어.

뒷모습에서도 드러나는 압필(壓筆)이었어.

 

 

  

 

 차주일 시인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