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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Vol.04 - 송진권

  

나의 월인천강지곡

 

 송진권

 

 


내가 길 잘든 순한 짐승 같은 봇도랑물 데리고

거뭉가니 들판을 가면

물 가둔 논마다 월인천강 월인천강

달은 들어앉아서 몸을 부풀리며 숨을 몰아쉬기도 하다

뽀드득 낯을 씻어대는 거뭉가니 들판을 가면

내가 쫑알쫑알 지저귀는 딸내미 같은 봇도랑물 손잡고 가면

논둑에 선 조팝꽃이며 자잘한 꽃다지 냉이며 개불알꽃

하다못해 벌금다지며 소루쟁이까지

목숨 있는 것이라곤

모두 북치고 소고 들고 상모 돌리며 꽃피운

거뭉가니 들판을 가면

내가 물살 물굽이 물비늘 소용돌이까지 다 거느리고

속에 참개구리며 물방개며 물뱀도 거느린 봇도랑물 데리고

거뭉가니 들판을 가면

염소도 몽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니가 누구여? 동실집 쫑마리아녀? 물어보기도 하는

거뭉가니 들판을 가면

풍덩, 개구리가 물로 뛰어드는 소리에 놀라 멈추어 돌아본

거뭉가니 들판에 물댄 논마다

하나하나 들어앉은

달 위에 올라앉은 개구리들이 노래를 부르는

물꼬를 타놓아 철철 철철 넘실대는 월인천강을 가면

 

 

 

 

  


송진권 시인

 2004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동시집 새그리는 방법,어떤 것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