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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Vol.04 - 주병율

  

먼지들

-저녁

 

 주병율

 

 


28

 

바위게 한 마리가 지나갔다. 게가 지나간 발자국 위에 내 발바국을 찍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지난날 자신을 버린 남자를 생각하면 밤마다 손바닥 안에서 파도 소리가 들린다고 너는 말했다. 가끔씩 바다가 투명해지듯이 새벽에는 죽은 새들이 창문을 두드리다가 간다고도 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배경이 없는 것들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 법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 해안통을 따라 저녁이 오는 것이 보였다.

 

 

 

  

 

 주병율 시인

199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빙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