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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Vol.05 - 나루



  첼로의 심장

 

   나 루

 


   어느 바람을 맞서온 것일까
   잎사귀들 남김없이 떨쳐 버렸다
   꼿꼿하던 척추도 버리고
   살을 깎아 낸 곳에 새로운 가지들을 덧붙인다
   부끄러운 속살에 달빛을 칠하고
   바람에 잘 마른 햇빛을 덧대고 나면
   본래를 잃어버린 자신이 아득해져
   밤마다 심장을 접어 모로 눕는다


   하늘로 오르던 떨림을 끌어내리자
   재클린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병마가 사지를 묶고 남편조차 떠난 죽음 앞에
   여인은 한 줄기 선율이 되었다
   바람의 손가락은 날마다 어둠을 연주하며
   마음껏 흐느낄 수 있었다

 

단풍나무는 소리가 되어
   견고한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 안았다
   첼로의 심장은
   다시,
   새들의 소리가 되어 두근대는 숲이 되었다


 

*오펜바흐가 작곡한 첼로곡. 비운의 여성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에게 헌정한 곡이라는 설이 있음.

 

 

 

 

 

 
 

나 루 시인

201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옷문학회 동인. 역사논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