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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임현정
까마귀를 따라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데
까무러진 콩 같은 네가 지나간다
쪽배처럼 젖다
돌배처럼 곪다
두더지야 거긴 물렀어
굼벵이야 거긴 썩었어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네가 운다
무른 칼을 들고 놀러 오렴
바구니 가득 푸르고 실한
나를 줄게
포슬포슬 김이 나는 밭에
바슬바슬 부서지는 이랑에
네가 헹구는 싱싱한 두 손에
나는 있어
임현정 시인
2001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꼭 같이 사는 것처럼』 『사과시럽눈동자』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