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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Vol.02 - 고미경
- 작성일 : 2021-08-12 07:59:19
- 이름 : chhn3089
허밍
고미경
*
심야에 라디오 음악 방송의 디제이가 되고 싶었던
혀짤배기 여자가 입을 꼭 다물고 그렇게
*
태어난 적이 있고 죽은 적도 있는 꽃잎들이
다시 휘날리는 봄밤에
*
나는 보았네 제비꽃 뺨에 얼룩진 눈물자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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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감정은 세모져서 툭탁거려요
*
삶은 자작극이니
뻔한 결말이어도 분개하지 말아요
*
‘악착’이라는 말을 혀로 맛보면 너무 시고 쓴 맛이 나
*
목에서 힘을 빼 봐요
진흙탕에서 뒹구는 미꾸라지는 고꾸라지지 않죠
*
안개는 적당히 물렁거리고
나는 울렁거리는 법을 배우고
*
우울한 날에는 생뚱맞게도
빳빳한 지폐 냄새를 킁킁 흠흠 그렇게
*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과자상자를 펼쳐놓고
자꾸만 손이 가는 기분
*
갓(God) 내린 목단 선녀가 용할까요
갓 내린 드립커피가 고소할까요
*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떠나
감정의 변두리로 이사 왔는데
*
해변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얼굴을 생각하다가
젖은 모래처럼 허물어졌어요
*
감자꽃을 닮은 나비가 감자밭에서 놀다 가듯이
시를 닮은 당신이 입술에서 그렇게
*
쓴 커피를 마시면서
쓴 시가 의미 없이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
눈동자에 박혀 있는 슬픔을
혀로 살살 핥아서 꺼내줄 수 있다면
*
환청처럼 들려오는 니체의 목소리
고독 속으로 도망쳐라!
*
마을버스와 유니버스 사이에서 별들을 찾아 헤매며
나는 폴짝폴짝 늙어가는데
*
메타버스, 낯선 신세계는 또 어디에?
맘마미아 오, 맘마미아!!
고미경 시인
1996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인질』, 『칸트의 우산』이 있음.
'비스듬히' 동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