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4년 4월호 Vol.34 - 정연홍



 그늘의 잠

 정연홍






 미루나무 그늘에서 잠든 적 있다
 파리가 마른 침을 다 핥아 먹는지도 모른 채
 시원한 잠 속의 세상

 호접몽胡蝶夢을 보았다

 깨었을 때 아무도 없어 
 엄습하던 한기

 잠은 세상을 단절시켜 주는 
 모르핀 같은 것
 고통 없는 마약 같은 것

 겨울엔 그늘을 피하고 싶었고
 가지는 회초리가 되어 종아리를 때릴 때도 
 있었다

 나무의 그늘에 덮여 자란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줄기가 무너져 내리고 뿌리가 
 대지 밖으로 삐져나올 때의 맨살

 그건 먼 
 옛날 우리 이야기

 나비는 어디든 팔랑거리며 간다











  

 정연홍 시인
 1988년《부산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2005년시와시학등단.
시집 『코르크왕국』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