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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Vol.34 - 김태우



 의심

 김태우






 장마철에는 일력을 덮습니다.
 오늘은 어제의 모습으로 
 내일은 오늘의 모습으로
 반복되는 시간을 의심합니다.
 창밖의 빗소리를 듣습니다.
 빗소리는 무너지기 전까지
 창밖의 작은 웅덩이
 그 틈 사이를 비집고
 드나들며 천천히 쌓입니다.
 창밖에 쌓인 빗소리는
 조용히 쏟아지는 빗줄기가
 쉬지 않고 떨어진 흔적
 그 흔적을 추적하려
 우산 없이 거리를 
 추적추적 걷습니다.
 내일은 오늘 혹은 
 어제의 모습으로
 더러는 내일의 모습으로
 반복되는 창밖 거리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오늘이 어제인지
 내일일지 의심하는 나를 
 빗소리가 의심하는 시간입니다.










  

 김태우 시인
 2015년《시인수첩》으로 등단. 
 시집『동명이인』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