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조명희
손을 뻗는다
정수기는 가까운 곳에 있다
할 말 있어!?
그가 뒤를 닫는다
필터를 언제 갈아 끼웠더라, 급수 버튼을 누른다
한 번으로는 뱉어내지 못해 공글린 말들이 입안에 우글우글
저쪽에선
변기 뚜껑 닫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 다시 한번 레버 돌리는 소리
문이 열리고
뭐라고?
알아서 할게
다시 닫는다
닫혔는지 재차 확인하는 손
한 번 더 버튼을 누른다
정조준하지 못한 컵 가로 물이 넘친다 닫힌 문은 열리지 않고
가만,
정수기를 언제 들였더라?
문득 약정 만료일이 떠오르고
조명희 시인
2012년《시사사》로 등단
시집 『껌 좀 씹을까』『언니, 우리 통영 가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