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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Vol.33 - 김규성



 겨울바다 5

 김규성






 황급히 뚜껑을 닫은 판도라 상자는 부르튼 혀를 삼키고 그 정수리를 고인돌이 억누르고 있다

 알타미라의 암호인 듯 온쉼표의 해조음이 바람결에 스쳐 가지만 발음기호 없는 발신자만의 고유어를 내 가난한 침묵은 해독하지 못한다
 
수평선에 닻을 내린 조각배 하나, 무인도의 등대와 함께 점멸하고 은회색 바랜 손목시계는 두 배로 춥다

 그래도 아직 습관적으로 삶의 편을 드는 이승의 남은 언어를 씻어 잠시 치자빛 노을 쉬고 있는 일몰의 빨랫줄 위에 넌다










  

 김규성 시인
 200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중심의 거처』외 3권, 산문집 4권, 평론집 1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