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는 제 이름을 모르고
정혜영
1
풀은 풀밭을 모르고
한 사람 건너 또 한 사람 기둥 없는 사원 되고
타오르는 여름의 강물
눈을 감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감은 눈꺼풀 위에 하늘이 내려앉는다
2
비 바람 천둥 번개
비바람천둥번개
흔들리는 풀의 고요
장마 지는 여름마다 강변을 떠나는 사람들
이름 없는 꽃술 앞에서
기도 드리는 벌과 나비의 행렬
초록의 태양, 여름 향기의 성전
내 이름의 기슭에 비가 내리고 풀내음 가득하고
3
누군가의 화폭에서
개나리, 개별꽃, 개오동, 개양귀비, 개쑥부쟁이, 개박달나무, 개살구나무
강가를 흔드는 대낮의 목소리가 되고
벌과 나비를 부르는 정오의 향기가 되고
김환기가 못다 그린 저 하늘의 별이 되고
개망초,
그 이름 캄캄하게 잊어버리고
정혜영 시인
2006년《서정시학》등단.
시집『이혼을 결심하는 저녁에는』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