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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Vol.33 - 정혜영



 개망초는 제 이름을 모르고 

 정혜영






  1


 풀은 풀밭을 모르고

 한 사람 건너 또 한 사람 기둥 없는 사원 되고

 타오르는 여름의 강물

 눈을 감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감은 눈꺼풀 위에 하늘이 내려앉는다

  


2        


 비 바람 천둥 번개 

 비바람천둥번개 

 흔들리는 풀의 고요

 장마 지는 여름마다 강변을 떠나는 사람들

 이름 없는 꽃술 앞에서

 기도 드리는 벌과 나비의 행렬

 초록의 태양, 여름 향기의 성전

 내 이름의 기슭에 비가 내리고 풀내음 가득하고


3

 누군가의 화폭에서

 개나리, 개별꽃, 개오동, 개양귀비, 개쑥부쟁이, 개박달나무, 개살구나무

 강가를 흔드는 대낮의 목소리가 되고

 벌과 나비를 부르는 정오의 향기가 되고

 김환기가 못다 그린 저 하늘의 별이 되고 



 개망초,

 그 이름 캄캄하게 잊어버리고










  

 정혜영 시인
 2006년《서정시학》등단.
 시집『이혼을 결심하는 저녁에는』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