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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Vol.33 - 김명리



 가평

 김명리






 국도변의 한쪽으로 급히 차를 세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몰아가던 중이었다

 핏덩이가 드문드문 섞인 물
 흉곽에서부터 쇄골을 치며 올라오는 

 도무지 삼켜지지 않는 
 울음은 때로 각혈 같아서

 일몰 시각이 아니어도
 국도변 쥐똥나무 울타리가 온통
 붉게 물들기도 한다

 울기에 좋은 곳 가평

 울 만한 울음터가
 널려있지 않은 국도변이란 없다










  

 김명리 시인
 1983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물 속의 아틀라스』『물보다 낮은 집』『적멸의 즐거움』『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제비꽃 꽃잎 속』『바람 불고 고요한』,
 산문집『단풍객잔』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