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김명리
국도변의 한쪽으로 급히 차를 세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몰아가던 중이었다
핏덩이가 드문드문 섞인 물
흉곽에서부터 쇄골을 치며 올라오는
도무지 삼켜지지 않는
울음은 때로 각혈 같아서
일몰 시각이 아니어도
국도변 쥐똥나무 울타리가 온통
붉게 물들기도 한다
울기에 좋은 곳 가평
울 만한 울음터가
널려있지 않은 국도변이란 없다
김명리 시인
1983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물 속의 아틀라스』『물보다 낮은 집』『적멸의 즐거움』『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제비꽃 꽃잎 속』『바람 불고 고요한』,
산문집『단풍객잔』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