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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Vol.33 - 홍경나



 잠비

 홍경나






 살 오른 날빛이 마당귀까지 들끓었다
 환호작약 목 긴 백일홍은 화톳불처럼 붉어
 꼬지지 먼지 앉은 이파리들이 가뭇하다

 손자 서현이는 자물자물 잠을 보듬고 
 나는 도닥도닥 잠든 서현이를 보듬고 

 여름비가 내린다
 한 살 서현이와 예순셋 나의 
 몇 켤레 나비잠을 어르듯 
 순하고 밝고 맑은 비가 내린다
 온종일 만문하다

 찻종지에 따순 찻물 따르는 소리 같은
 통통 명매기걸음 어린것의 흰 발목 같은










  

 홍경나 시인
 2007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초승밥』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