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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호 Vol.32 - 이중동



 통증의 건축일지

  이중동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계곡 물소리는 메말랐는지 들리지 않는다
 후투티가 우관羽冠을 세우고 요란스러운 걸 보면
 오래 살던 집이 쓰러졌나 보다

 쓰러진 거목들이 비탈로 끌려가고
 비명을 실은 트럭의 엔진소리가
 천년 동굴 같은 골짜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목수의 대패질 소리에 잠시 눈을 감으니
 절간이 멀지 않은지 목탁 소리도 들린다

 석공의 망치 소리에 계단이 올라가고
 붉게 타는 노을을 배경으로
 잘 다듬어진 기둥들이 주춧돌 위에 세워진다
 목수와 석공의 연장 다루는 소리로 보아
 이 집은 큰 기와집이 될 것이다

 끌 치는 소리가 전두엽 근처에서 울린다
 이마에 구멍이라도 나면 잘 지어진 집도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스라한 머리끝으로 들보가 올라가고 
 갈비뼈 닮은 서까래와 주심포도 조심스레 얹는다
 마지막으로 맞배지붕에 기와를 올리니
 중추신경을 오르내리던 통증이 조금 가벼워진다

 부비동에 새벽이 오자 후투티도 집을 지으러 가고
 달팽이관 저 너머에서 달팽이가 기어나와
 처마 깊숙이 태양 하나 걸어 놓고 간다









  

 이중동 시인
 2019년창작21》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