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나무하러 가던 숲
송승언
삼촌이 나무하러 가던 숲에
삼촌 떠난 뒤 나무 보러 들어간다
삼촌은 나무 패서 뒷간 옆에 한가득 쌓아두곤 했었다
다 태우지도 못할 만큼 많이―그리고
그 옆에서 닭을 죽이고
토끼를 죽이고 멧돼지를 죽이고
몸을 가진 많은 것들을 그리고
몸을 갖지 못한 많은 것들을 죽였다
삼촌이 떠난 뒤에는 닭 토끼 멧돼지 없다
삼촌 영혼 없다
나무 없고 나무하는 사람 더는 없다
(인구는 소멸되고 있어)
송승언 시인
2011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철과 오크』『사랑과 교육』,
산문집『직업 전선』『덕후 일기』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