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캔디
김혁분
밀은 잘 자랐다
밀밭에 숨은 토끼는 몇 마리일까
발톱을 세운다
밀밭을 달리는 놈의 숨줄을 잡고 등짝을 콱
착지 전 날개는
접을 때를 잘 정해야 해
두 눈을 크게 뜨고 욤욤욤 밀밭 귀퉁이를 갉아먹는 쥐새끼는 밀어놓고 저 방정맞은 고라니는 제쳐놓고 눈이 붉은 흰 토끼를 잡아채는 거야, 모눈종이처럼 촘촘한 밀밭 속을 헤치고 다니는 솜털 뽀얀 토끼 등짝에 좌표를 찍는다 쪼아먹을 하얀 솜사탕
(내 손을 벗어날 수 있겠니?)
날개를 접고 조심조심 놈의 무게를 가늠하며
코끼리처럼 든든한 토끼 한 마리를 낚아 날아오르는 거지
활짝
물결치는 황금 밀밭 위를 행글라이더처럼
김혁분 시인
2007년《애지》로 등단.
시집『목욕탕에는 국어사전이 없다』『식물성의 수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