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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Vol.28 - 김혁분



 내 손안에 캔디

  김혁분






 밀은 잘 자랐다
 밀밭에 숨은 토끼는 몇 마리일까

 발톱을 세운다  
 밀밭을 달리는 놈의 숨줄을 잡고 등짝을 콱

 착지 전 날개는
 접을 때를 잘 정해야 해

 두 눈을 크게 뜨고 욤욤욤 밀밭 귀퉁이를 갉아먹는 쥐새끼는 밀어놓고 저 방정맞은 고라니는 제쳐놓고 눈이 붉은 흰 토끼를 잡아채는 거야, 모눈종이처럼 촘촘한 밀밭 속을 헤치고 다니는 솜털 뽀얀 토끼 등짝에 좌표를 찍는다 쪼아먹을 하얀 솜사탕 
   
 (내 손을 벗어날 수 있겠니?)

 날개를 접고 조심조심 놈의 무게를 가늠하며
 코끼리처럼 든든한 토끼 한 마리를 낚아 날아오르는 거지

 활짝

 물결치는 황금 밀밭 위를 행글라이더처럼

 










 김혁분  시인
 2007년《애지》로 등단. 
 시집『목욕탕에는 국어사전이 없다』『식물성의 수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