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문동만
어버이날 지하철 입구에서
어린 아들을 둘이나 둔 젊은 아버지와
머리가 희끔한 살짝 늙은 아버지가
서로 포옹하며 등을 토닥이고 있었다
사위인지 아들인지 알 길은 없으나
두 사람의 배후에서 두 여자와 두 아이가
넝쿨 같이 엉킨 핏줄들을 바라보며
잘 익은 참외처럼 달달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은 손을 흔들며 사라져 가고
나는 없는 부모와 품 안에 가득 찼으나
잘 안기지 않는 새끼들과 나눠 먹으려
참외나 한 박스 샀다
가슴 쪽으로 치켜들었더니 무거웠고
배꼽께로 내려 안았더니만 한결 가벼워졌다
들다, 라는 동사보다
품다, 라는 동사가
한결 가뿐한 것은
우리가 불뚝한 배꼽 속에서
반생을 살다 왔기 때문이나니
문동만 시인
시집 『그네』『구르는 잠』『설운 일 덜 생각하고』,
산문집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이 있음.
박영근 작품상,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