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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Vol.28 - 이승예



 스패너

  이승예







 앵두나무에 스패너가 걸렸습니다

 누가 앵두나무에 스패너를 걸어뒀을까?
 8밀리 방울토마토보다 
 2밀리 앵두보다

 물렁해서?

 앵두를 조인다

 고등어를 조리고 갈치를
 졸이는데

 부엉이가
 발가락 뼈를 조인다
 앵두나무에

 동공은 반짝이는 8마일

 남편이 식탁에 노동과 밥을 조이는 사이
 아내들은 식탁에서 남편을 풀어주고
 볼트를 풀어주고

 휴식은 8마일만큼의 노동이어서

 십오 분의 휴식이 네 시간의 투쟁과 나란해지는 사이
 부엉이의 부리에서 저녁이 시작되겠습니다

 노른자위와 노을은 이미 졸였습니다
 무와 무의미를 졸이고

 소크라테스와 한하운을 한 테이블에 조이려면

 스패너가 필요해?

 부엉이 눈과 고등어 눈이 
 스르르 풀립니다

 앵두나무에 누가 앵두를 볼트처럼 조여서

 2밀리로 
 압축되는 저녁에
 










 이승예 시인
 2015년 《발견》으로 등단.
시집『나이스 데이』『언제 밥이나 한 번 먹어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