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시
  • 신작시
  • HOME > 신작시 > 신작시

2023년 9월호 Vol.27 - 윤은성



 스태프

  윤은성






 나무를 촬영하는 사람을 촬영해 봤습니다
 늦은 오후였고요
 나무 뒤에 또 나무가 있었고요
 그 옆으로 두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숲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깊은 풀 냄새를 맡았고
 나무들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무를 촬영하는 사람이 남겨준 것이었습니다

 믿지 않았었는데요
 한동안 숲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너무 많아
 햇볕이 너무 좋아
 내가 누구였는지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아이가 잎이 달린 가지를 쥐고 내려오고
 할아버지가 내려오고
 서로 작별 인사를 해요

 그들은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하군요
 아이는 커가는군요
 닭이 된 병아리가 
 아이를 오래오래 지켜보는군요

 저녁에 
 나무를 촬영하는 사람도 돌아가고
 나는 내 카메라 속에 남겨진 하루를 들여다보다가
 내게서 떠난 아이도
 내게로 돌아온 나도
 촬영을 하다가 사람과 나무와 강물을
 가만히 바라보는 사람도
 나무 틈에서 
 나무처럼, 나무가 잠시 되어서

 곁에 
 서 있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윤은성  시인
 2017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주소를 쥐고』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