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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Vol.27 - 최영랑



 악사들

  최영랑






 반음을 떠도는 너, 빌딩보다 더 높아지려 한다
 음계가 둥둥, 
 내 반음마저 흡입한 후 
 세상 어디까지 부풀어지고 싶은 걸까

 풍선이고 싶었니? 
 질문 속 침묵은 너와 나의 거리
 풍선은 터질 생각이 없고 
 바깥이 먼저 터질 것 같다 내가 허공으로 넘친다
 허공은 모서리가 많아 쉽게 날아가지 않는 내 기분

 네 풍선은 너무 가벼워 불협화음이 인다

 온음을 입으면 너는 나를 벗을까
 끄덕여지지 않는 아뜩한 마음
 너를 붙잡아 두고 싶은 생각과 
 너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뒤엉켜 한계가 차오른다

 점점 낯설어지는 심장의 건반, 수용할 수 없는 음계들 
 반음을 벗어나라고 부추긴다
 
 너를 가득 채운 풍선이 나를 맴돈다  
 그러나 우린 부풀어 오를수록 서로 다른 높이를 산다
 터지는 순간 사라지는 관계

 언제쯤 풍선을 멈출까
 너는 이미 밤을 벗어나고 있는데

 아직 너도 반음, 나도 반음
 









 최영랑  시인
 2015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발코니 유령』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