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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Vol.27 - 박순원



 나는 항온동물이다


  박순원






  체온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나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하는 데도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이래저래 비효율적이라 많이 먹는다 곡식도 먹고 풀도 먹고 과일도 먹고 고기도 먹고 알도 먹고 별거 별거 다 먹는다 날로도 먹고 익혀서도 먹고 반만 익혀서도 먹고 겉만 살짝 그슬려서 먹기도 한다 소금을 찍거나 뿌려 먹기도 한다 끓이고 삶고 굽고 국물을 버리기도 하고 같이 먹기도 한다 건더기는 버리고 국물만 먹을 때도 있다 종류도 많고 방법도 많다 이것저것 귀찮으면 라면을 끓여 먹는다 부처님은 하루에 한 끼를 드신 것 같다 여기저기서 얻어온 거 휘휘 섞어서 같이 있는 분들과 나눠 드신 것 같다 사시사철 더운 데 사셨으니까 육체노동을 안 하셨으니까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최후의 만찬이 끝나고 설거지는 누가 했을까?











 박순원  시인
 2005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나 사랑하지 않겠다』『주먹이 운다런데 그런데에르고스테롤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