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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Vol.27 - 이은숙



 X에 관한 식

  이은숙






 값이 얼만지에 따라 참이 되기도 거짓이 되기도 하죠
 미지수에 특정 값을 대입해요.
 성립하려면 해가 참이어야 합니다 

 1 시작 버튼-들어가는 페이지
 겹낫표를 열고
 ㄷ은 오늘의 제목에 『ㅁ』을 넣고 닫는다 
 작품 제목처럼 취급하기 시작했을 때, ‘ㅁ’은 
 ‘우리의 행복이 시작되었어’라고 말했다
 ‘ㅁ’은 ‘ㄷ’이 만든 이야기로 들어가 만족한 듯 보였다.

 언제부턴가 ‘ㅁ’을 화살괄호 안에 넣기 시작했을 때
 ‘ㅁ’은 프로그램이 인식 못 하는 깨진 문서로 ‘ㄷ’에 왔다.

 고장 난 시계처럼
 더는 오늘에 ㅁ을 불러올 수 없다는 걸 알지 못했다

 2 테스트-결과 도출 에러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어떤 프로그램은
 서체를 바꾸고 문장부호를 고쳐도 인식할 수 없다

 당신의 심리테스트 이벤트 페이지를 제작해 드립니다. 
 페이지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미리 안내해 드려요
 단 마크업 언어를 이해해야 하죠. 
 태그에 딸려 오는 데이터 구조와 이름을 밝히세요. 
 첨단언어체계 링크와 함께
 상대의 기분까지 스캔해 드립니다.
 인쇄 테스트 이미지 보듯 기술적으로 표정을 살피죠

 3 가면 증후군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것 하나 없다는 그녀는 그를 자신의 전부라 말했다. 
 열까지 세상. 그리고 외계

 깨진 창이 풍경으로 들어갔다.
 깨진 채로 아무렇지 않게 응시하는 
 풍경을 미워했다 공간이 날을 세웠다 
 위로 좁아질수록 공기의 흐름은 빨라졌다 속도와 
 압력의 발명에도 이론은 현실을 지배하지 못했다
 속도를 낼수록 높이 떴다. 믿을 수 없는 가상의 풍경이었다.

 4 그의 여름-풍경 너머
 비가 내렸다 아스팔트 위로 흐르다 사라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굳어 있는 것들은 스미거나 섞이지 않았다
 수많은 이름이 흙을 닮지 않은 땅을 땅이라 이름했다 
 부를 때마다 메아리로 떠돌다 사라지고 마는 이름 위에서
 빗물 위로 떠밀려 왔던 지렁이들이 누군가 뱉어놓은 껌과 함께 말라갔다
 무엇이 껌이고 무엇이 지렁이였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섞일 수 없는 계절이 밟힌 것들의 허공으로 증발하고 있었다
 푹푹 쪘던 강냉이도 돌멩이 표정으로 굳어 있었고 바람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식어버린 기억 몽우리, 박혀 있다 이따금 더부룩한 음식처럼
 치받쳐 올라올 때가 있었다.

 5 X에 관한 P식
 P는 계절이 바뀌는 각도와 식을 계산했다
 T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건 실제상황입니다.
 당신은 거짓의 세계에 발을 들였어요
 자가 발전하는 특징을 가졌죠*
 진실만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뇨 열을 세어요
 뛰어도 될까요?

 P식 피식 피이식
 목소리 복제도 가능해요
 소리의 겹, 발음이 겹으로 새고 있었다 
 결과는 늘 엉뚱하게 도출되었다
 귀를 막아야 했다
 엉뚱하게 흘러가는 것이 흥미진진한 것으로 읽혔다. 
 답을 찾으려 할수록 틀린 식에 말려들었다. 
 모든 곳곳에서 고장 난 
 컴퓨터 오답 경보음처럼 어떤 방식들이 소란騷亂 퍼져 나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중에서 











 
 이은숙  시인
 2017년《시와산문》신인문학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