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거울
―다시, 상우에게
황유원
영혼은 끊임없이 공명한다
영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영혼은 어느 날 문득 고원 지대에 가서 놀고 있고
육신은 저 아래 버려둔 채
홀로 고원에서 생각에 잠긴다
오전에는 우연히 알게 된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을 듣느라
네가 요즘 듣고 있다며 보내준 음악의 링크를 열어보지 못했다
오전 내내 ‘My Heart’s in the Highlands’를 들으며
“내 마음은 하일랜드에 있네, 내 마음 여기 없네,
내 마음은 하일랜드에서 사슴을 쫓고 있네”
라는 로버트 번스의 시구를 들으며
아무래도 도피는 아름다운 것이다
라고 생각했고
네가 듣고 있다는 음악이 마음에 안 들면 대체
뭐라고 답해줘야 하나
조금 난감해하다가
오후도 거의 끝나갈 무렵
어떤 고원의 상태에서
네가 보내준 조용한 링크를 천천히
창문처럼 열어보았다
Arvo Pärt - Spiegel im Spiegel
이라고 쓰여 있었다
황유원 시인
2013년《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초자연적 3D 프린팅』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