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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호 Vol.26 - 임효빈



 우리가 마주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

  임효빈






 그 집 정원에 들어선 순간 발이 얼어붙는 줄 알았어요 나보다 먼저 안락의자를 차지한 아저씨를 봤거든요 우린 눈을 보며 서로 두려워한다는 걸 알아챘고 모른 척하기로 했죠 정원에서 서둘러 나왔어요 등 뒤에서 철거덕, 총구의 안전장치 푸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어요 쓸개가 터지는 줄 알았죠 내 쓸개는 늘 위태롭게 졸아 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운수대통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그냥 그런 때 있잖아요 어제까지 하찮은 풀이었던 게 오늘은 구름을 당겨 올만큼 환상적 힘이 되는. 쳐다보지도 않던 지렁이 따위에 먹부림을 하는. 내 얼굴의 안경 문양이 햇볕 속에서 선글라스처럼 멋져 보이는 그런 날이었어요 
 나도 아저씨처럼 안락의자에 누워 꿀이나 찾던 발바닥을 까딱거리며 어깨춤을 추고 싶어요  곰탱이처럼. 지금이 전생이라고 말해줘요 나는 길쭉한 다리를 가진 비보이가 될 거예요 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에서 비보잉으로 하얗게 태우고 거품 채운 비어도 폼 나게 한잔해야죠 전생의 내 사진이 걸린 전광판을 볼 땐 색깔 있는 안경을 쓸 거예요 흑곰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탕! 노래를 쏘겠어요 전생의 인연이에요 라고 말해주면서요
 예감처럼 운수대통인 날 맞네요













 임효빈  시인
 2020년《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우리의 커튼콜은 코끼리와 반반』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