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바트만의 독백
홍여니
산 채로
선 채로
너희의 눈을 사로잡은 비너스
젖가슴과 음부는 거들 뿐
세상에 하나뿐인 엉덩이에 경배하라
피칠갑 혼을 전라에 감은 나는야 검은 박제
천년만년 숨지 않고 너희의 마굴에서 살아남아
자궁으로 귀환할 내 이름은 사라 바트만*
이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독백을
죽음보다 더 깊은 침묵으로 전해주마
용서는 한다 그러나 잊지는 않겠다**
* 19C 유럽으로 끌려가 반라로 돈벌이에 이용된 아프리카 코이산 부족. 사후 박제로 만들어져 200년 가까이 프랑스 박물관에 전시됨.
** 2002년 유해 반환 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말
홍여니 시인
2023년《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