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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호 Vol.26 - 류성훈



 창릉천

  류성훈






 작년에 죽은 풀이 올봄에 썩는 냄새는 도청의 예초기 냄새와 소똥 냄새의 중간쯤 있다 게으른 중장비와 권태로운 물새가 달의 비늘을 건져먹는 창릉천, 신도시 속에서도 천변만 혼자 수십 년 전을 닮아 가는 건 그 때문일 테지 술빵 냄새 하나로 고향집 철거 이전의 구조를 생생히 맞추던 당신의 눈이 항상 허공에 머무는 것도 그 때문일 테지 몇십 년 만에 만난 도롱뇽을 종이컵에 담아 물가로 돌려보내면서 이게 어떻게 이런 물에 살 수 있지? 중얼거렸지만 양서류에 대한 내 추억만은 기다란 알주머니처럼 늘 제자리였다 그게 무슨 물인지도 무슨 동물인지도 모르고 물오리처럼 웅덩이를 더듬던 내 메칸더 브이 운동화를 떠올리며 불운한 벌레들을 선택적으로 밟던 날, 아무도 겁내지 않고 먹이를 얻지도 않는 야생 너구리를 처음 보았다 신발을 적시지 않고도 귀가할 수 있는 나이, 건져 올려도, 내버려 둬도 곤란한 늪이 자꾸만 늘어갔다 











 류성훈 시인
 2012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보이저1호에게』『라디오미르』.
 산문집『사물들-The Things』『장소들-Places』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