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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호 Vol.26 - 구석본



 허공의 말씀

  구석본






 태초에 말씀이 있었나니

 말씀으로 깨어나는 나날이다

 너와 나 사이, 나무와 숲, 빌딩과 하늘의 
 스며들 수 없는 사이에서 
 잠들어 있던 그리움이 말씀으로 깨어난다 
 눈물이 웃음을, 잊힌 이별을 깨운다. 
 깨어난 그리움의 말씀으로 그리움을 지운다
 깨어난 사랑의 노래가 사랑을 지운다
 끼리끼리 나누는 말씀으로 
 서로를 지우더니
 스르르 새벽하늘의 별빛처럼 

 허공으로 스러진 다음 

 빛과 어둠 사이,
 허공의 침묵이 비로소 조금씩 들려온다.

 빛과 어둠 안에 태초의 침묵이 있었나니
 허공의 그 말씀이 나를 깨우고 있다. 












 구석본 시인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상의 그리운 섬』『추억론』『고독과 오독에 대한 에필로그』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