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황려시
숭어는 우리 강아지 이름입니다
어미개 붕어가 낳았습니다 우리 개는 말띠입니다
백말띠 그해 첫새벽에 낳았습니다 숭어는 이력서를 읽을 수 없고
난 붕어의 경력을 모릅니다
횟집에서 숭어야, 붕어야 부르면 배시시 구름 같은 털이 내게 안깁니다
‘개가 나와야 하는데...’ 장마당에서 윷을 던지며
붕어, 숭어 외치고 히프를 탁 치면 반드시 원하는 대로 됩니다
두 마리 말을 업고 말판을 달립니다
입사원서에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나는 숙제를 하지 않고 잡니다
숭어의 배를 목에 두르고 따뜻해서 자꾸 잡니다
손목이 두 개인 나는 양띠입니다 키는 168입니다
황려시 시인
2015년 《시와세계》로 등단.
시집 『사랑 참 몹쓸 짓이야』『머랭』, 디카시집 『여백의 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