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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호 Vol.25 - 문혜연



 해브 피피

  문혜연






 바른 자세는 어렵습니다 
 자세를 보면 생활을 알 수 있다는데 

 하나 둘 셋 
 선생님의 곧은 등과 허리와 단단한 손가락 
 자세를 매만져줄 때마다 아파요 
 그런 말은 못하고 

 생각만 벽을 넘습니다 
 발이 미끄러지던 자갈길 점점 작아지는 자갈들 끝에 바다가 있었고 우리가 걸었고 생각이 계속됩니다 
 밤과 물결과 자갈과 
 멈추지 않는 것들

 호흡을 계속하세요 
 숨쉬기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온몸을 부풀리듯 들이마시고 몸통을 조이며 내뱉습니다 끝의 끝까지 

 끝나지 않는 밤물결
 밤의 자갈들 아무도 모르게 몸을 뒤집고 
 멀어지는 등 바라보며 

 가만히 힘을 주면 하얗게 질리는 
 발가락들 

 땀에 젖어 일어납니다 
 집에 가는 내내 굽은 등과 허리 
 알면서도 쉽지 않아요 

 새들이 낮게 납니다 
 새에게도 새의 자세가 있고 어떤 새는 영 좋지 못한 자세로 난다고 생각하면 조금 재미있고 조금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자갈 위를 걷는 소리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한 사람 몫의 바다가 있고 등이 있습니다
 어떤 끝은 한참 후에야 알고 

 무릎을 끌어안으면 
 바르진 않아도 더 깊어지는 기분 
 숨을 끝까지 내쉽니다

 낮게 나는 새들이
 전부 비를 부르는 건 아니었는데 











문혜연 시인
2019년 《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