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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호 Vol.25 - 권정일



 가능한 모자

  권정일







 모자를 독서 한다, 모자이크 하듯이 

 눌러 썼다고 모자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모자는 다루는 것이 아니라 
 추리해야 할 목록

 올리버는 모자를 아내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 모자는 물음표뿐이야 
 저 모자는 초유의 관심사가 없네 
 이 웃는 모자는 변함이 없고 저 모자는 모자를 모르고 온통 혼자 쓰는 모자
 
 올리버, 모자를 어떻게 독서 해야 할까요 
 모자를 왜 독서 합니까? 쓴다는 행위를 두고, 그냥 쓰세요
 그리고 모자를 판단하지 말아주십시오, 올리버는 이렇게 말할 거 같다
 
 가장 꼭대기에 내려앉은 빛이 모자라는 걸 
 내가 알아차렸을 때 
 폐도라 버킷 파나마 브르통 카플린 클로슈 벙거지…… 가 있었다

 테두리에 무엇을 고명으로 얹을까 고민하면서 모자를 쓴다, 쓴다는 행위에는 언젠가는 벗는다, 가 들어 있어

 모자를 쓰는 건 어떤 이야기를 훔치는 것과 같아 
 훔쳐서 내 모자로 쓰는 것이다

 극장을 훔치고 아이를 훔쳤다 극장을 쓰고 아이를 썼다 사슴을 훔치고 사슴의 관을 썼다 
 관을 쓰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올리버 색스










 권정일 시인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 외 3권.
 산문집 『치유의 음악』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