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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호 Vol.25 - 김형술



 풍경의 감정

  김형술






 푸른 수국 그늘 아래
 개 한 마리 숨어있다

 목줄을 채워 가두려
 평생을 좇아 다닌
 늘 풍문으로만 안부를 듣던 
 떠도는 목숨 

 저것은 헛것
 늙지도 않는 헛것이라고
 황급히 흐린 차창을 닦아보지만

 버스가 건널목에 멈출 때마다
 비를 거느려 만개하는 
 수국 행렬 일어서고

 나를 지나쳐
 무덤덤 내 너머를 바라보는 눈
 나를 따라온다

 버스보다 먼저 달려가
 정류소를 꾸려 놓고 나를 기다리는
 비와 수국과 개의 풍경

 아무리 멀리 달려 나가도
 늘 똑같은 풍경

 종일 온종일
 집은 도착하지 않는다.











 김형술 시인
 199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이키, 사이키델릭』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