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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Vol.23 - 조성국

 

 

 언더독

  조성국






 옆은 싱겁게 나는 짜게 먹는 편입니다

 큰아들놈이 묻습니다 손자가 좋아요 손녀가 좋아요 동전을 던집니다 여자가 생길까요 남자가 생길까요 옆을 던지면 대개 오차 범위 안에 들어오고 나는 자주 밖이고 분란의 구멍입니다 나는 앞면일까요 뒷면일까요

 앞을 던지면 질이나 제철이 나옵니다

 나는 양일까요 사계절일까요 만 원의 측면에서 보면 딸기 두 팩이 나을까요 사과 여덟 개가 나을까요 사과를 내밀었더니 오른손을 젓습니다 토요일인데 하고 왼뺨을 보여줬더니 휴일인데 애들 자게 좀 놔두라고 눈을 흘깁니다  

 오른쪽은 된밥 나는 진밥이 싫습니다

 산책을 던지면 공원과 뒷산 중 어디가 많이 나올까요 가끔 오른쪽은 우리는 안 어울리면서 오래 어울린다고 신기해합니다 합리화를 던지면 던지는 대로 사랑이 나올까요 바이올린과 거문고는 교향악에 적절합니까 

 가족에 대한 생각 차이는 생식기에서 나올까요 

 동전 던지는 습관이나 속옷 색깔에서 나올까요 이해의 방식으로는 야합이 좋을까요 방사가 좋을까요 어떤 확률은 고환의 크기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고릴라는 호두만 해졌고 침팬지는 달걀만 해졌습니다 쓸모없는 걸 던지면 퇴화가 나올까요 진화가 나올까요 슬리퍼와 츄리닝이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습니다  
 
 안에서 걸어 닫은 문은 잘 열리지 않습니다 

 냅다 내던진 공 물어오듯 밥은 먹어야지 하고 문 앞에다 식욕을 물어다놓고 뒷덜미를 긁습니다 뭐 먹을 건데 하는 뼈다귀를 받아 물고 입꼬리를 올립니다 나를 던지면 애완견이 나올까요 투견이 나올까요   

 꼬리를 던지면 출구가 나올까요 입구가 나올까요

 애들 오면 먹이게 고기 재어놓은 건 건드리지 말랍니다 애들은 가급적 멀리 살고 언제 올지 모릅니다 두 손을 꼬깃꼬깃 접어 선악과 강약에 대한 인식 오류로 보기만 하면 짖는 옆집 도그에게 던져주고 콩나물국 끓입니다   

 어쩌다 내 머리카락은 온통 미운털입니다 










 조성국 시인
 2018년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5.18문학상신인상 시 당선. 
 시집 『적절한 웃음이 떠오르지 않았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