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와 초승달
김진돈
비탈진 산길에 다소곳이
핀
목련꽃
가지 끝에 하얗게 매달려 말을 걸려는 듯 말 듯, 떨리는 자세다
허공으로 비상할 듯
고고함을 머금으며
대낮, 옆구리의 각도를 구부려
긴장한 듯, 내려다보는 하얀 초승달
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가 귀 쫑긋 세우는 자세다
분위기를 넓게 깔아준 파란 하늘에
목련과 초승달이 묵언 대화
꽃향기처럼, 초록색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봄
하염없는 함박웃음으로 화답하는 초승달
김진돈 시인
2011년《열린시학》,《시와세계》로 등단.
시집『그 섬을 만나다』『아홉 개의 계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