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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Vol.23 - 김진돈



 숙녀와 초승달

  김진돈






 비탈진 산길에 다소곳이 
 핀  
 목련꽃

 가지 끝에 하얗게 매달려 말을 걸려는 듯 말 듯, 떨리는 자세다

 허공으로 비상할 듯 
 고고함을 머금으며 

 대낮, 옆구리의 각도를 구부려
 긴장한 듯, 내려다보는 하얀 초승달

 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가 귀 쫑긋 세우는 자세다

 분위기를 넓게 깔아준 파란 하늘에
 목련과 초승달이 묵언 대화
 
 꽃향기처럼, 초록색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봄 
 하염없는 함박웃음으로 화답하는 초승달 











 김진돈 시인
 2011년《열린시학》,《시와세계》로 등단. 
 시집『그 섬을 만나다』『아홉 개의 계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