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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Vol.22 - 임승유



 날씨 

  임승유






 그는 주말 아침 밖으로 나갔다. 우유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리쌀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가는 김에 저 옷들도 가져다가 맡기는 게 좋겠어요. 큼직한 가방에 옷가지를 담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는 주말 아침 밖으로 나갔다.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금씩 내리는 비는 주말 아침 밖으로 나가는 일과 잘 맞아떨어졌다. 스웨터를 여미며 그녀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문을 안 열었으면 어떻게 하지. 이른 주말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주말 아침 밖으로 나갔다. 큼직한 가방을 들고 나갔다.











 임승유 시인
 2011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그 밖의 어떤 것』『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