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하나가
김 근
손 하나가 왔네 차가운 손 손 하나만
황급히 목덜미를 만지고만 간 가기만
가고 본 적은 전혀 없는 손 하나가
왔네 오긴 왔는데 오자 여태 그때의
손자국 남아 있는지 목덜미 서늘해지고
소름 번지고 손 하나가 간 뒤 온몸을
내내 꺼끌거리게 하던 기분 무엇이었을까
털어도 씻어도 사라지지 않던 그 기분은
손 하나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살펴도
손 하나는 손 하나일 뿐 손 하나에는
그때의 목덜미도 남아 있지를 않는데
그때의 목덜미는 오직 목덜미만이었나
그때의 목덜미는 그때에만 목덜미였나
그때의 목덜미는 목덜미이긴 했나 아니
있었다고 말할 수나 있나 그때 목덜미는
어떤 표정도 손 하나는 보여주질 않네
어떤 손금도 오로지 차갑기만 차가움만이
제 모든 것이라는 듯 차가움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고요히 차갑네 놓여만
있고 온통 입김이 가시질 않던 방의 차가움
속에서 머뭇거리며 움직이던 손 입김으로만
가득 채워지던 어둠을 더듬거리던 손 하나
한번도 만져진 적 없던 몸과 터럭 한올까지
속속들이 만져지던 몸 사이에 덜덜 떨며
지나치게 살아난 손끝의 감각으로나 비로소
손인 줄 알던 손 볼 수는 없던 손 하나가
어느 몸에서 어느 몸으로인지도 모르게
그만 몸은 떼어버리고 거기서 여기로
왔나 하며 손 하나 다시 살펴도 손 하나
말이 없고 입술을 꽈 다문 채 눈보라 속에서
손 하나 따라간 적도 있었네 있었다고는 해도
실은 발자국에 발자국을 되찍으며 가고만
있었는데 손은 외투주머니 속에 숨어버려
있다고만 짐작될 뿐 있었는지 없었는지 자꾸
눈보라만 눈을 가리고 있었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게 지워지기만 안 보이기만
찾을 수 없어 손 하나 영영 나도 지워지는
안 보이는 기분이었는데 차가움만 선명히
남아 손도 없이 내 목덜미를 만지고 갔나
그때 가서 지금 내게로 왔나 하는데 손 하나
움직이질 않네 무언가 만졌다는 기척도 없이
무언가 안 만졌다는 사정도 없이 놓여만 있고
여전히 목덜미에 소름 가시질 않고 꺼끌 꺼끌만
거려 거리는데 손의 주인도 나도 찾을 수 없네
마주한 적 없네 손 하나와 목덜미 끝내 서로
날은 점점 어스름 속으로 말도 길도 희미해지네
김 근 시인
1998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끝을 시작하기』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