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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호 Vol.19 - 김유진



 겨울 우산

 김유진





 까마귀울음을 듣고 있자니 
 나의 울음이 날아간다

 부은 얼굴에 비비크림을 바르고 
 목이 긴 양말을 신는 동안
 까마귀 날갯짓이 창틀에서 퍼덕인다

 입을 다문 채 하염없이 눈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꺼풀
 엄마의 시린 콧날 위로 우산을 편다
 어떤 눈은 송이가 커서
 우산 속에서 잠처럼 꾸벅인다
 우산을 들고 버틴다

 눈송이를 세다가 눈 속을 따라가다 보면
 내 왼쪽 어깨가 젖고 엄마의 오른쪽 가슴이 젖는다
 그러다 마주 보면 
 내 숨소리 엄마 숨소리
 날개를 접은 나비처럼 우리의 비밀이
 까마귀울음만큼 어두워진다

 내려간 양말을 다시 올리며 눈 쌓인 나뭇가지를 본다
 까마귀가 없다

 눈이 무겁다
 눈이 무섭다

 우산을 왜 여기까지 들고 왔을까 












 김유진 시인

 2014년국제신문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