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우산
김유진
까마귀울음을 듣고 있자니
나의 울음이 날아간다
부은 얼굴에 비비크림을 바르고
목이 긴 양말을 신는 동안
까마귀 날갯짓이 창틀에서 퍼덕인다
입을 다문 채 하염없이 눈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꺼풀
엄마의 시린 콧날 위로 우산을 편다
어떤 눈은 송이가 커서
우산 속에서 잠처럼 꾸벅인다
우산을 들고 버틴다
눈송이를 세다가 눈 속을 따라가다 보면
내 왼쪽 어깨가 젖고 엄마의 오른쪽 가슴이 젖는다
그러다 마주 보면
내 숨소리 엄마 숨소리
날개를 접은 나비처럼 우리의 비밀이
까마귀울음만큼 어두워진다
내려간 양말을 다시 올리며 눈 쌓인 나뭇가지를 본다
까마귀가 없다
눈이 무겁다
눈이 무섭다
우산을 왜 여기까지 들고 왔을까
김유진 시인